[scene #3] 먼지처럼 쌓이는 매일에 나는 지쳐가고 있었습니다. 그런데 그 때. 극이 열렸다. 티켓 오픈과 함께 배우와 스탭의 지인들로부터 얼리버드 좌석이 빠르게 예매되었다. 그들은 대체로 첫 날에 지인을 데리고 왔고 그로 인해 첫 번 홍보가 되었다. 직전까지 태형이 수정한 팜플렛도 반응이 좋았다. 아니, 주연 배우들의 기량이 좋았다는 편이 맞다. 남...
태연한 척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. 그러나 심장이 뛴다. 정국에게 들릴까 신경이 쓰인다. "정국아!" 그 때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던 정국의 이름이 불린다. 태형은 놀랐다. 제 어깨에 기대 있던 정국이 고개를 든다. 느리적거리는 움직임이었다. 정국을 부른 건 다른 단원들이었다. 정국이 태형의 어깨에서 고개를 떼지 않은 채 그들을 응시한다. "우리 필요한 거...
(동화입니다) 이 지구에는 한 번도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은 비밀스런 바다가 아직 많아요.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아주 멀고 넓은 바다에, 으슥한 물안개를 헤치면 나타나는 한 섬이 있지요. 그 섬에는 초록색 시럽을 뿌려놓은 듯 푸릇한 나무가 자랍니다. 섬 위로 구름들이 줄을 지어 지나가요. 그 곳은 '구름 정거장'입니다. 구름 정거장은 낮은 언덕들로 이루어져 ...
내가 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잖아요. 어떨 때는 참 그것도 프로답지가 못하다 싶어. 그래서 괜히 더 기운찬 척을 하고 그랬어요. 근데 도무지 성향이 변하질 않네. 아니 오히려 날이 갈수록 날씨에는 더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. 세상에 날씨랑 나밖에 없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. 형은 그런 때 있어요? 어떤 때 그래. 그러니까, 날씨도 따뜻하고. 해도 뜨고...
묻지 않는 정국과 말하지 않는 태형. 그러나 서로에게 끌리는 그들.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늘 두 사람의 발걸음이 함께 한다. 정국은 꼭 집 가는 태형에게 따라붙었다. 그럼 태형도 저지하지 않았다. 겨울은 가장 추운 날을 넘겼다. 그래도 괜히 신경 쓰게 되는 외투 안 입은 정국의 모습. 춥지도 않은지 반짝반짝 밤의 거리를 담는, 미소 띤 채 옆...
화연이 저수지에 빠졌다. 한낮이었다. 풍덩. 우연히 낚시터 지나던 누군가가 한 여인 추락하는 것을 본다. 행인은 놀랐다. 귀신인가. 헛것인가. 저수지는 소문이 흉흉했다. 행인은 망설였다. 호달달 떨리는 다리 이끌고 다가가 보니 거기엔 가라앉지도 못하는 가녀린 여인 둥둥 떠 있었다. 그렇게나 하찮은 삶의 무게였다. 정국 아버지. 결국 그 때문이다. 제게 헌신...
태형과 정국은 간질간질한 시간을 보냈다. 꿀이 뚝뚝 떨어졌다. 분위기도 그렇긴 한데 실제로도 뭐가 떨어졌다. 태형은 정국과 같이 뭘 먹을 때마다 한 입 먹고 정국과 눈 마주치고 부스러기 하나씩 떨어트렸다. 정국은 그런 태형을 저지하지도 않고 밥알 하나씩 입술에 묻혀 대는 태형의 입가를 인내심 있게 닦아 주었다. 그럼 또 좋아서 태형은 흐흐흥 웃었다. 태형이...
먼지마저 침묵하는 빈 극장. 작은 조명만이 켜져 있다. 나는 연극에서 사용되는 간이벽의 바퀴를 손보는 중이다. 간이벽은 때로 벽이 되기도 하고 무대 속 장치가 되기도 했다. 그 뒤로 배우들은 분주히 이동한다. 그러나 지금은 고요하다. 극장에 아무도 없는 시간이다. 작은 소리도 크게 울렸다. 끼익. 끼익. 바퀴에 윤활제를 뿌렸다. 다시 나사를 조이고 굴려 본...
그대가 젖어 있는 것 같은데 비를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신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너지는 노을 앞에서 온갖 구멍 다 틀어막고 사는 일이 얼마나 환장할 일인지 -허연, 내가 나비라는 생각 정국이는 젤과 애액이 묻어난 자신의 성기를 닦았다. 내 구멍에서 정국이가 싼 정액이 흐른다. 이런 것들도 언제부터인가 순서가 바뀌었지. 어떤 상황에서도 정국이...
22년 8월 게재되었던 증언 해답편 GATE를 분량을 고려하여 분할 재게재합니다. 왜 이렇게 욕심이 나나. 안 갖고는 배길 수가 없나. 마음에 태양을 품고 태어났나 보다. 가지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이 나타나면 나는 심장이 뜨거워졌다. 이것도, 저것도 잘 하고 싶다. 저 사람의 삶도, 다른 사람의 삶도 탐이 난다. 일단 달려들어 시도해 봤다. 일정 수준 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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